첫 소설을 쓰면서 저는 엄청난 자유를 느꼈어요. 글 속 화자가 더 이상 제가 아니었으니까요. 등장인물을 죽일 수도, 시간을 빨리 감거나 되돌릴 수도 있고, 제가 정한 규칙을 소설 속 세계에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친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내다가, 세월을 다 보낸 노인의 목소리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즐겁고 신나는 세계죠?
그런데 그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완성한 글을 합평에 들고 갔을 때 문우 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거예요?”
아차, 싶었습니다. 독자가 생기는 순간, 저는 제가 쓴 이야기에 책임이 생긴다는 걸 몰랐거든요. 단 한 사람의 독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날 이후로 소설 쓰기와 점점 멀어졌습니다. 제 안에 답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이제는 그날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저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 속에서 집은 공간이기도, (혈연/비혈연) 가족이기도, 건축물이기도, 자산이기도, 문 안밖에 서 있는 사람이기도, 관계이기도, 세월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제 소설은 아직까지 소설 선생님과 (같은 수업을 듣는) 문우들에게만 존재합니다. 그들에게만 읽혔기 때문입니다. 어디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쓰고 또 배우냐고 물으신다면, 이것이 저의 깊고 긴- 취미라고 답할 것입니다. 언젠가 충분히 머물고 싶은 이야기로 집을 짓고, 구독자 여러분도 초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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