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저 말고 저희 오빠가요.
이번엔 저 말고 저희 오빠가요. 지난 집타령 ‘나의 영원한,’ 마지막에 첨부했던 1994년의 노래방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사진 속에 마이크를 들고 든 남자 어린이가 바로 저희 오빠랍니다. 1984년생인 그는, 자신의 탄생보다 4년 앞서 지어진 집을 샀습니다. 1980년에 준공된, 무려 46년 차 주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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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 집을 사려던 건 아니었대요. 2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부터 오빠는 엄마를 도와 떡집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엄마는 집과 가게가 멀어 가게 주변에 월세를 구해 지내고 계셨어요. 떡집 사람들은 새벽이라 부르기엔 한밤중에 시간에 일과를 시작하는 데다, 엄만 운전을 안배우셨거든요.
그런데 월세 계약의 만기가 찾아오고 만 것이죠……. 엄마는 가게 주변에 새로운 셋방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게에서 걸어서 10분 내외인(그것만이 유일한 조건) 매물들을 살펴보시다가, 가게와 도보 3분 컷인 이 집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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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1층에 엄마가 세 들어 사시려던 것이죠. 물론 80년에 집을 짓고 리모델링도 했다고 하지만, 환갑이 넘은 엄마가 혼자 지내시기엔 불편함이 커 보였어요. 기본적으로 춥고 더울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이나 벽 상태(누수)도 좋지 않았고요. 함께 집을 보러 갔던 오빠의 머릿속에 생각이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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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시려면 많이 고쳐야겠다’
‘살만하게 고치려면
리모델링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세를 내는 게 아니라 사야 하잖아?’
‘잠깐, 2층까지 있으니까
식구들이랑 지내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
‘엄마는 지금 내가 쓰는 가게 안쪽 방을
단장해서 쓰시면 더 편하시고 좋겠다.’
하지만 오빠도 이 오래된 주택의 변신은 쉽지 않을 것임을 느꼈어요. 생각할수록 막막하던 찰나, 저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된 거죠.
“내가 가서 같이 봐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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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남매들이 그러하듯 오빠와 저도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에 가장 쉽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잖아요. 저는 수풀집과 맨끝집, 그리고 지금 사는 길목집의 변신을 함께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날 바로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그 뒤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예요. 오래된 것들을 특히 오래된 집을 좋아하는 제게, 이 집은 매력 발산을 시작했거든요.
*지금이나 그렇지 어릴 적에는 원수가 따로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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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의 상징인 봉의산과 소양강 사이에 위치한 이층집입니다. 대문부터 외장벽돌까지 꽤 낭만적이고요, 특히 2층 뷰가 기가 막혀요. 4인 가족이 살 거니까 방 개수와 크기도 중요한데, 딱이었어요. 매매가도 예상보다 낮았고요.
그만큼 문제도 많죠. 싼 덴 다 이유가 있잖아요? 아무래도 집 상태가 좋지 않으니, 리모델링 비용이 꽤 들겠더라고요. 폐기물 처리부터 단열, 설비부터 내/외부 공사까지 할 일도 많고요. 이런 집들은 매매 비용보다 리모델링 비용이 더 커지는 일이 많거든요.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눈에 밟혔습니다. 이 집은 문제가 아주 많은 집이지만 그 문제들을 잘 해결한다면 오빠에게, 새언니에게, 조카들에게- 아늑한 집이 될 거란 마음이 꿈틀거렸어요. 무엇보다 오빠가 이 집을 맘에 들어 했어요.
그렇게 소양집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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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애호가로서 또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집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소양강이 보이는 집이기도 하고, 엄마 가게의 상호도 소양이라 소양집이라 이름 붙였어요. 소양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뜻, ‘밝은 빛(밝을 소昭, 빛 양陽)’이라는 뜻까지 좋았습니다.
요즘 저는 소양집의 공간을 기획하고 있어요. 오빠, 새언니, 두 조카의 컨펌을 받느라 분주합니다. 을지로와 동대문, 온라인을 오가며 자재 쇼핑도 하고 있어요.
최근하고 있는 걱정은 돈 걱정입니다. 가족으로서 오빠와 상의한 금액은 너무 귀하고 큰돈인데, 프로젝트 매니저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이를 어떻게 잘 운용하며 일을 끝낼지 머리를 싸매는 요즘입니다. 길목집을 리모델링할 때보다 자재 값 + 인건비가 많이 올랐더라고요.
힘들다고 말하면 오빠는 분명 예산을 조정해 주겠지만, 그러지 않고 처음 논의한 금액으로 알뜰살뜰 지출해서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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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업무의 많은 부분을 제 하우스메이트, 길목집 프로젝트의 대장, 제가 일하는 브랜드 대표인 ‘ 소연님’이 리드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인어피스의 목수이자 디자이너인 ‘ 오월님'의 도움도 받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최근 새로 인어피스의 구성원이 된 ‘ 썬님’께도 시공 도움도 청했습니다. 문득 생각했어요. ‘이건 인어피스의 일이로군?’ 생각 끝에 소양집을 개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로 가져가서 공간컨설팅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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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무척이나 무더울 거라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멀리 8월까지 가지 않고 요즘 날씨만 봐도 예상이 되잖아요. 그렇대도 떡집 특수인 추석 명절 전에 공사를 마치고 집정리까지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목표라 무더위 속 공사를 피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다가오는 월요일인 13일, 마지막 현장점검을 마치고 금요일인 17일에 철거를 진행하려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새로운 집타령을 보내네요. 여름의 한가운데 먼지를 폴폴 날리는 소양집에서 땀에 흠뻑 젖어 편지 부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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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오빠는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의 저자가 고치니 얼마나 의미가 있고 좋냐,고 했지만 저는 이 프로젝트를 마친 후 <집 고치다 오빠와 절연했습니다>의 저자가 될까 걱정스럽다며 웃었습니다.
제가 가족과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프로젝트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정성스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소식 전할게요. 매주 부치지 못하고 있지만 늘 구독자님께 보낼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답장 또한 너무 기쁜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2026년 7월 11일
소양집의 가을을 상상하며 타령꾼 김미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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