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는 집타령꾼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집이 없는 집타령꾼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꼭대기집을 나온 지 24일, 새 보금자리인 길목집의 리모델링을 시작한 지는 19일 차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적당한 공간을 구해 한 달간 임대를 했어요.
이 한달집은 볕이 잘 드는 남향 아파트인 데다, 일터와 도보 5분 거리에, 공사 중인 길목집과도 가깝거든요. 청소비를 추가하는 것으로 소망이의 입주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남의 집인데도 볕 아래 여유롭게 둥굴거리는 소망이를 보고있자니 안심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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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리빙페어 현장에서 한창 일하던 중, 임대인에게 전화가 왔어요. 갑자기 집을 내놓게 되어 그러는데, 매수 예정인을 동행하여 집을 보러 가도 되겠냐고요. 계약 시 논의된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집에 고양이가 혼자 있어 낯선 사람의 방문이 어렵다는 답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집을 사고파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 걸 알고, 부동산에 관련된 일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중한 일인지도 잘 알잖아요. 그러니 평일에 약속을 미리 정해 알려주시면 제가 고양이와 함께 머물며 집을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잠시 후 1시, 펫캠 앱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앱을 실행시키니 정체 모를 사람들이 (소망이가 혼자 있는) 한달집에 들어서고 있더라고요. 인기척이 나자, 소망이는 현관으로 달려 나갔어요. 그런데 그들은 중문과 현관을 열어둔 채로 대화중이더라고요. 임대인에게 부리나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아까 말한 그 부동산이 아니라 또 다른 부동산이 보러 간 것 같으니, 확인해 본 뒤 연락주겠다고 했어요.
전화는, 다시 걸려 오지 않았습니다.
화면 속 사람들이 소망이 머리 위에 무언가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을 휘적이며 소망이를 안쪽으로 들이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초 단위로 패닉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소망이가 열린 문 사이로 뛰어나가 길을 잃고, 다신 소망이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저는 다시 전화를 걸어 문단속부터 요구했고, 거기 혼자 있는 그 고양이가 제 가족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어요.
택시를 타고 소망이에게 달려갔습니다. 손을 벌벌 떨며 문을 여니 불청객들은 모두 떠났고, 망이는 거실에 엎드린 채 눈동자만 뎅글뎅글 굴리고 있었어요. 늘 현관까지 마중 나오는데, 놀랐는지 그냥 쳐다보기만 하더라고요. 다소 귀찮은 표정을 짓는 소망이를 끌어다가 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한참 울고 나서 임대인에게 퇴실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더 이상 이 숙소에 머물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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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것은 주변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숙소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 친구 '랑'을 떠올렸습니다. 휴가를 갔을 때, 시골집 리모델링을 할 때, 소망이를 하숙생으로 받아주었던 친구이자 소망이가 애정하는 이모입니다. 그에게 '당연히 가능하지, 무조건 환영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엄청난 안도감이 몰려왔어요. 아우, 지금 글을 쓰면서도 눈물 나네요.
저녁이 되니 살갗이 아려오며 열이 났습니다. 선생님은 양쪽 콧속을 깊이 찌르는 검사를 하시더니 'A형 독감'이라는 병명을 읊어주셨어요. 그 사이 친구 '랑'은 소망이를 픽업해 집으로 데려갔더라고요. 안심하란 듯이 과정도 동영상으로 담아주었어요.
수액을 맞고 돌아와, 두 번째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반려동물 없이 지낼 수 있는 숙소는 많더라고요. 소망이도 없는데 굳이 숙소에 예산을 크게 쓰고 싶지 않아서, 근처 오피스텔을 예약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사흘을 자고 일어나니 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보일러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방에 불도 켜지지 않았고요.
꿈인가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비용 체납으로 해당 층 전체에 전기와 물, 가스가 끊긴 거예요. 임대인은 2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이쯤이면 구독자님도 예상하셨죠? 네, 몇 시간 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저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또 짐을 쌌습니다. 소망이가 이 고생을 함께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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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세 번째 숙소에서 집타령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숙소 역시 생활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겨, 예정보다 이른 퇴실을 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간 친구네 가 있기로 했어요(결코 보실 수 없겠지만 친구어머님께도 감사합니다). 부디 다음 집타령은 공사가 마무리된 길목집에서 보낼 수 있기를요.
햐, 오늘 편지가 엄청 길지요? 다 쓰고 주욱 다시 읽어보니 아주 구구절절하네요. 분한 일을 당한 꼬마가 "너어, 우리 언니오빠한테 다 이를 거야!"하고 집에 가서 언니오빠에게 털어놓는 이야기 같아요. 어디선가 "일러라, 일러라! 일름보!"하는 음률이 들리는 것도 같고요.
구독자님도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시면 무람없이 답장 주세요. 제가 맞장구치며 신나게 들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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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집이 왜 길목집이냐 질문하신 구독자님이 계셨는데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길동에서 목공하는 집의 줄임말이고요, 다른 하나는 마당이 있는 수풀집 시즌2로 가는 길목에 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다음에는 길목집의 환골탈태 소식과 우당탕탕 하자 시공 소식도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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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을 일러바치며, 타령꾼 김미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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