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4년 차가 된 구축 아파트입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샀습니다. 2002년에 준공됐으니, 이제 24년 차가 된 구축 아파트입니다. 스스로가 아파트란 주거 형태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와서, 집 보러 다니면서 '괜찮을까?' 싶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아파트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해요.
꽃과 나무가 가득했던 수풀집까진 아니더라도, 초록을 곁에 둘 수 있는 주택에 살고 싶었어요. 실제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도 여러 곳 봤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서울의 단독주택, 작더라도 마당이 있는 집들은 너무 (x 100) 비싸고,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해 보였어요. 일단 대출을 꽤 많이 받아야 하는데,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닌 저는 대출 조건도 좋지 않더라고요.
동네를 계속 바꿔봐도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꼭 드는 집도 없었고요(실은 가격이 맘에 꼭 드는 집이 없었던 거겠죠...).
결국 마당 있는 집은 몇 년 뒤로 미뤄 두고 아파트를 알아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돈이 문제더라고요. 수풀집을 매매한 돈에 제가 가진 모든 돈을 합쳐도 서울 아파트를 매매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하우스메이트인 소연님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기로 했습니다. 소연님의 시골집 맨끝집을 매매한 돈과 적금, 현재 같이 살고 있는 꼭대기집을 처분한 비용을 합치고, 각자 대출을 내보기로요.
소연님과 매매 예산을 얼추 정했을 때, 이 집을 만났습니다. 주인 어르신이 이십 년 넘게 지내온 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간 집의 어느 곳도 바꾸거나 고치지 않으셨대요. 벽지, 바닥, 샷시, 주방, 화장실, 보일러 모두 분양 당시 그대로라고 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장판도 요즘 잘 안 쓰는 한지장판이었네요. 아파트 같지 않은 푸근한 느낌이 맘에 들어 고민 끝에 계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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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인만큼 수명을 다한 것들이 많아 (샷시/벽지/바닥/보일러/화장실/주방 등등) 전체 리모델링을 피할 수 없겠더라고요. 수풀집 리모델링 경험으로 미루어 보자면… 제 생애 가장 큰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겁니다.
또 지금 사는 집에선 2월 말에 나가야 하는데, 이사 갈 집은 그날부터 최소 3주(아마도 한 달?) 간의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꽃샘추위에 소망이 어부바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자, 새집 근처에 한 달간 지낼 집을 임대했습니다. 반려동물은 불가한 조건이었는데 소망이의 멋진 프로파일(만 6세 / 아침 6시 기상, 11시 전후 숙면 / 낮은 대부분 꿀잠 모드)로 무사통과했습니다!
리모델링의 주도권은 8년 차 공동 육묘인 이자 N년 차 하우스메이트(기억 안 남 이슈), 4년 차 동업자인 소연님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목에 피날 때까지 싸웠는데요.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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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타령 첫 등장이라
최대한 멋진 사진으로 골라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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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중 경제관념 최우수자
- 목표 대비 실행 초과 달성자
- 이사 및 리모델링 능력치 최상위자
- 외향성과 소통 능력 최고점자
거든요. (아 물론 저, 반려묘 소망이, 소연님 셋 중에 1등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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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는 뭘 맡았냐고요?
저는 말이죠. 뒤에서 ‘모션매트리스 이번 주 할인 마감이다’, ‘지금 고른 벽지 구리다’, ‘이따리아산 타일 붙이면 안 되냐?’, ‘식물 키울 자리 많이 만들자’ 같은 철없는 소리와 계좌이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 허황된 레퍼런스 사진 많이 보내기도 맡고 있어요.
앗, 하나 더 있습니다. 작명이요! 저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입니다. 작명성애자랄까요? 지금 사는 꼭대기집, 주말 시골살이를 했던 수풀집, 소연님이 직접 고친 시골집 맨끝집,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 인어피스- 모두 이름 붙였죠. 새집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3월에 이사할 새집의 이름은 ‘길목집’입니다.
혹시 무슨 의민지 아실 구독자님이 계실까 궁금해하며 이만 줄입니다. 도대체 한 번에 다 쓸 수 없는 이사와 리모델링 이야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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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매거진(@aroundmagazine)에 에세이를 썼습니다. <나와 우리의 집>이라는 주제로 발행하는 호라 주간 집타령에 소개하기 알맞겠더라고요. '방금 떠나온 집'이란 제목으로 썼고요. 한 페이지 분량으로 짧게 실려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으셔야 보이실 거예요!
수풀집을 떠나온 마음에 대해 썼는데요. 쓸 때는 눈물이 났지만 다 쓰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도 좋더라고요. 마주치면 반갑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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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 집타령은 이삿짐타령이 아닐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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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사인데 이삿짐 1도 안 싼,
타령꾼 김미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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